88만원 세대 - 우석훈.박권일 지음/레디앙 |
읽고난 소감은, 88만원 세대의 한명으로서 자신의 계급과 사회적 위치를 깨닫게 되었달까. 전부터 경제력과 사회,문화의 관계를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던차에 깊고 광범위한 분석은 상당히 재밌었다.
나는 여성의 경제권으로 나타나는 변화로 연예계의 변화를 생각했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소득이 늘면서(책에서 이야기하는 386세대) 연예계엔 '꽃미남'열풍이 불었고 그들의 스타는 30대가 되었다. 여전히 구매력을 가진 30대를 기반으로 그때의 스타들은 여전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88만원 세대의 여성들은 '훈남'이라는 이름의, 외모보다는 능력으로 포장되는 재력을 가진 남성들을 스타로 선호하고 있다. 어떻게 생기건 성공하면 '훈남'으로 포장되는 세상..(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이라고 하지만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 저자는 해법으로 20대의 연대를 제안한다. 뭉쳐서 싸우고 얻어내는 방법밖에 없다는 이야기. 영화 Sicko 중에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아마도 프랑스의 예였던듯). 하지만 미국이나 우리는 모두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세상이고, 아직까지 '데모는 빨갱이들이나 하는거다'식의 인식이 어느정도 먹히는 사회에서 연대와 투쟁이 가능할까. 게다가 20대의 선택이 이명박..이 되는 시대에..
한동안 넷을 휩쓸던 이태백에게 보내는 글 이던가? 그글을 읽어보면 결론은 '그래, 세상이 좀 지랄같지. 우리가 세상을 그렇게 만든건 좀 미안한데, 어쩌겠냐 니들이 알아서 기어나와야지'식의 결론과, 그에 동의하는 사람들. 그런 종류의 상담게시판에 '저를 따끔하게 혼내주세요' '눈물이 쏙빠지게 야단쳐주세요'같은 글을 올리는 사람들을 보고 정신적 매저키스트들이 넘쳐난다고 생각했던 나로선 김형태를 대놓고 까는 부분이 유쾌상쾌통쾌..-_-;
오늘날 한국의 10대와 20대는 승자독식이라는 무서운 룰을 내면화하고 있으면서도, 기성세대의 질서에 대단히 순종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바늘구멍만한 생존기회를 다름 아닌 기성세대가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바늘구멍조차 무서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20대에게 "네가 노력을 안 해서 취직을 못하는 것"이라 공개적으로 조롱하는 '문화계인사'들이 몇몇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청년백수들'에게 카운슬링을 가장한 모욕을 퍼붓고는 그 글들을 모아 책으로 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걸 읽은 20대들 상당수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읍해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통쾌한 지적이다" "주옥같은 명문이다"라며 사방팔방 친구들에게 권한다. '희망고문'이 주는 고통이 급기야 '쾌락'으로 전도된 셈이다. 일종의 집단 착란 증세이고, '세데간 사조-마조히즘'이다. 이런 행태는 사태해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할뿐더러 사회가 병들어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일 따름이다.
결국 연대가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연대말고는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현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