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6일 일요일

차우


장르영화로서의 기대를 버리면 즐겁게 볼 수 있다. 알라딘에선 이 영화를 액션, 어드벤처 로 분류 했는데..무슨 생각으로 분류한건지 도저히 모르겠고. 제작사에선 괴수물..로 포장하는 무모함을 보여줬지만, 철저히 코미디 영화로 즐기면 된다.

예전 김씨 표류기도 그랬지만, 장르영화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그 장르와 동떨어진 영화들이 있다. 영화를 어느 장르의 시각으로 판단하느냐에 따라 점수가 확달라지는 영화. 차우도 그중에 하나다. 이 영화를 괴수물로 본다면 허접하기 짝이 없는 졸작이지만, 코미디로 놓고 보면 상당한 수준이랄까. 간만에 극장에서 맘껏 낄낄대다 나왔다.

이 영화를 진지하게 보면, CG의 허접함은 둘째 치더라도 설정이나 전개가 말이 안되는 부분이 너무 많다. 논리적으로 아구가 안맞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까려면 끝이 없어. 거의 디워급이지. -_-

하지만 괴수물이 아닌 코미디로 보면 상당히 잘만들었다. 장르영화의 클리셰를 묘하게 뒤틀어 내면서 웃음을 만들어 낸다. 특히 장항선 아저씨의 '네놈이 먼저 먹혀버리고 말거다' 장면은 정말 압권 ㅠㅠ

중간중간 묘하게 어설픈 연기도 일부러 웃길라고 그랬다면 어느정도 납득은 가고..

초반의 뺑소니가 무사태평하게 넘어갔다는게 좀 씁쓸한 블랙코미디..랄까. 보통 이런 장르의 상식이라면 뺑소니 범인도 피해자와 함께 휩쓸려 살해당하겠지만..그런 장르의 규칙을 빗겨나가고 싶었는지..아니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싶었는지..그것도 아니라면 감독이 생각없이 빼먹었거나..겠지만, 결과적으로 좀 아쉽다.

해피 플라이트

뭐랄까..다양한 정보의 향연..이랄까 ;;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살짝 섞어놓은 듯한 느낌의 영화였다. 스윙걸즈만큼 빵빵터지는 장면이 없다는게 좀 아쉬웠다.

호놀룰루행 비행기의 출발과 회항을 통해 공항과 비행을 둘러싼 다양한(조종, 접객, 공항, 정비 등등) 사람들의 이야기와 관련 정보의 습득이 가능했다..빵빵터지는 웃음은 없지만 중간중간 실실 터지는 웃음으로 위안을 삼아야지..

양복을 입으면 무료 좌석 업글의 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정보가 가장 신선(?)했다. -_-;
'인간의 두얼굴 II'만큼이나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나중에 그 업글한 고객이 왕진상이라는 점에서는 왠지 고소함이 느껴졌.......나 왜 이리 비뚤어 진걸까)

가난해도 재밌게?

가난뱅이의 역습 - 6점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최규석 삽화/이루

책에 따르면 나는 '어설픈 모범수'의 삶을 살아온게 아닌가 싶다.

전체적으로 유쾌한 흐름이고, 가난해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법이랄까? 궁상의 기운을 떨쳐내고 사는 방법들이 인상깊다. 저자의 가정환경(아버지는 작가에 어머니는 아나키스트..)도 큰 영향을 끼친것 같고.

하지만 이미 모범수의 삶에 길들여 져서인지..주변에 그렇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응원의 박수는 쳐주겠지만, 함께 하자면 함께 하지는 못할것같다.

부러우면서도 기인열전같아 구경은 하되 섣불리 따라가고 싶지는 않은 느낌.


남자다움?


여자들이 '여성스러움'이라는 이름하에 암암리에 강요받는 이미지가 있다면, 남자들 역시 '남성다움'이라는 이유로 남자들이 받는 압박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책.

남자를 두렵게 하는 것들 - 6점
헤르만 에만 지음, 배진아 옮김/해토

성적 두려움.
남자는 늘 여자에게 먼저 접근해야 하고, 유혹해야 한다는 은근한 부담감. 여자가 먼저 대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다 뻥. 여자가 먼저 들이대면 남자가 우폭(우월감 폭팔)쩐다고, 은근히 암시를 주되 절대 먼저 들이대지 말라는게 내가 본 여자들이 여자에게 해주는 연애의 어드바이스였다.
읽으면서 얼마전 본 SBS의 초식남 다큐가 생각났다. 초식남에는 두부류가 있었는데, 여자를 공략(?)하는 것 보다 자기를 가꾸는데 자원(시간, 돈, 감정 등등)을 사용하겠다는 부류와 경쟁체제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을 포기해버린 부류의 초식남이 있었다.
책에 인용된 상담 사례를 보면 두번째의,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경쟁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독일에도 꽤 있는것 같다. 유럽은 대단히 다를거 같았지만..사람사는거 세상 어딜가나 비슷한 듯.

생존에 대한 두려움.
경기가 사나워지면 이혼률이 증가한다. 모든 사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남자가 실직하면서 사라진 경제력이 문제가 되기 보다는, 실직으로 인해 자존심히 파괴된 남자를 여자쪽에서 견디지 못해 가정이 해체되는게 큰 이유가 아닐까..싶다.

그 외 건강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있긴 하지만 아직 건강한 편이고, 몇번 죽음에 다가가본(죽을뻔해본) 경험으로는..음..그냥 쾌락주의(죽으면 어차피 다 헛것이니 현재를 즐기자..는 태도랄까)로 빠지게 돼서 ;; 그닥 큰 공감은 안갔다.

전체적으로 '남자들은 두려운 대상을 비웃는 것으로 극복하려 든다'는 구절이 제일 찔렸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