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 한경애 지음/그린비 |
이 책을 알게된건 혜란님 블로그에서. 예전에 놀이와 일에 대한 잡생각이나, 인생을 게임처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지라 흥미가 땡겨서 읽어봤다.
책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경쾌하다. 그렇게 두껍지도 않아서 빠른 리듬으로 한호흡에 읽어내려가게 만드는 책. 오랜만에 가볍게 즐긴 책.
노동의 역사는 흥미로웠다. 산업혁명 이전의 유럽은 일년의 반 가까이 노는 사회였다니..산업 혁명 이전의 유럽은 오로지 영주, 농노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겐 상당히 신선했다(학교에서 배우던 세계사는 재미 없었다구!). 그러던 유럽이 인클로저, 산업화와 함께 노동을 강요하는 사회로 바뀌고, 강제노동법까지 만들어서 노동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흐름은 한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느낌.
책의 한 구절
더 오래 집중해서 노동하라! 그렇지 않으면 '게으름'(!)의 대가는 개인적인 굶주림으로 치르게 될 테니. 노동의 사회는 베짱이의 공동체를 파괴함으로써, 모두를 불안에 떨며 아득바득 내 것을 모으는 개미로 바꿔놓았다.과연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는 지금은 다를까?
우리는 정말 잘 놀고(?) 있을까. 어느덧 여가도 하나의 소비해야 하는 상품이 되어버린 세상. 노동과 소비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휴식조차 '번것을 소비하는 것'으로 변한 현실에 대한 지적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
산업화와 함께 사라진 놀이문화. 우리나라도 박정희로 대변되는 산업화 시대에 수많은 놀이와 문화가 사라졌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주된 놀이가 음주가무, 고스톱 정도에서 끝나는것도 산업화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지. 한번 씨가 마른 문화가 갑자기 살아날리도 없으니 우리세대의 놀이 역시 음주가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있고.
놀이는 언제나 '관계 만들기'라는 주장도 재미있었다. 공감하고, 서로의 파장을 맞추고, 그 파장이 돌고 돌아 진화하는 놀이란 어떤 것일지..
책을 읽고 나면, 그런 놀이판에 뛰어들고 보고 싶다는 마음에 한껏 부채질이 된다. 과연 정말로 실천할지는 미지수(-_-)지만 ;; 꽤 좋은 충동질이 되어주는 책.ㅎ